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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지하철, 7500억 투입해 미세먼지 절반으로 줄인다.

서울 지하철, 7500억 투입해 미세먼지 절반으로 줄인다.

모든 역에 공기청정기 설치하고
터널 청소, 친환경차 교체도 계획 2022년까지 1㎥당 50㎍이하로 ↓

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에는 대형 공기청정기 20대가 설치돼 있다.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하는 고성능 기기로 대당 600만원쯤 한다. 27일 오후 2시 기준 강남역 승강장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㎥당 5㎍으로, 인근 역삼역(7㎍/㎥)이나 교대역(7㎍/㎥), 서초역(10㎍/㎥)보다 낮았다.

▲서울교통공사가 도입한 신형 전동차. 객실 내에 공기질 개선장치가 설치돼 있다. [뉴시스]

조진환 서울교통공사 보건환경처장은 “최근 한 달 평균 강남역 승강장의 미세먼지 농도는 1㎥당 10㎍ 안팎으로 교대역과 비교해 21%, 역삼역과 비교해서는 36% 낮았다”고 말했다. 이어 “지난해 6월부터 강남역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 중인데 미세먼지 발생량이 23~24% 줄어들었다”고 덧붙였다.

▲서울 지하철 미세먼지 관리계획. 그래픽=김영옥 기자

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예산 7500억원이 들어가는 ‘지하철 미세먼지 관리강화 계획’을 구체화한다. 2022년까지 미세먼지 농도를 1㎥당 50㎍ 이하로 낮추는 게 목표다. 지난해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미세먼지 농도가 1㎥당 82.6㎍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4년 안에 40%를 줄이겠다는 것이다. 초미세먼지는 같은 기간 1㎥당 54.6㎍에서 32.8㎍으로 저감하겠다고 밝혔다. 지하역사 내 대기 관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서울시가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. 지난달 ‘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’이 개정돼 지하역사의 미세먼지 기준은 1㎥당 150→100㎍ 이하로 강화됐다. 초미세먼지 기준(50㎍/㎥ 이하)도 신설됐다.

이에 따라 바깥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는 최대한 차단하고, 전동차 운행 때 생기는 먼지는 발생량을 줄이거나 정화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. 터널 청소부터 환기필터 설치, 친환경 전동차 제작 등 26개 사업이다. 역사 및 전동차, 선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‘종합세트’처럼 구성돼 있다.

▲서울 지하철 미세먼지 저감계획. 그래픽=김영옥 기자

가장 눈에 띄는 방안은 지하철 1~8호선 277개 모든 역사에 고성능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이다. 역사당 평균 16대를 가동할 예정이다. 공기청정기 설치에만 270억원이 들어간다. 서울교통공사는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면 초미세먼지가 20%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. 미세먼지 농도가 1㎥당 170~180㎍에 이르는 지하철 터널 구간에는 ‘양방향 전기집진기’를 설치한다. 전기집진기는 공기 속 유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장치다. 주로 도로 터널에 적용해왔는데 앞으론 지하철로 범위를 넓힌다. 그동안 지하철은 송풍기를 통해 공기를 정화하는 데 그쳤다.

새로 도입되는 전동차는 차량 한 칸에 공기정화장치 2~4개를 달도록 했다. 미세먼지 농도를 기존보다 8~12% 낮추는 효과가 있다. 지하철 운행이 끝난 자정 이후에는 미세먼지 제거 차량을 운행한다. 차량 아래쪽에서 공기를 분사해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인데 초미세먼지 집진 효율이 90%에 이른다는 설명이다. 일부 자갈이 깔린 레일은 콘크리트 포장으로 바꿔 먼지 발생량을 줄인다. 역사 리모델링은 올해 잠실새내·미아·쌍문·서울역 등에서 진행한다.

김호현 평택대 환경융합시스템학과 교수는 “한두 개 기술로는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없다”며 “공기정화 설비로 3~5%, 터널 오염원 제거 10% 식으로 저감 기술을 더하는 것”이라고 설명했다. 김경원 서울기술연구원 미세먼지연구실장은 “검증된 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첫 번째 사례가 서울 지하철이 될 것”이라고 말했다.

[중앙일보= 이상재 기자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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